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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펭귄드럼 18화 - 그러니 나를 위해 살아줘 본문

애니메이션/Penguindrum

돌아가는 펭귄드럼 18화 - 그러니 나를 위해 살아줘

홍당 2022. 5. 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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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공사 중인 건물 위 옥상에서 링고를 엘리베이터에 가두고 타카쿠라 칸바를 불러내며 아버지인 켄잔의 행방을 심문하는 타부키
그는 히마리가 타고 있는 바구니가 묶인 철제 와이어에 붙은 점착폭탄[각주:1]을 하나 씩 터트리며
켄잔이 속한 테러조직인 KIGA와 칸바가 접촉하는 현장이 담긴 증거자료를 던지며 몰아붙입니다.

어릴 적 피아노를 치는 것을 좋아하는 타부키 케이주는 재능만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왼손을 자해했지만 결국 어머니에게 버림받으며 스스로 어린이 브로일러[각주:2]로 향합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에게 구원의 손을 내민 것은 오기노메 모모카.
자신의 존재가 투명해지는 어린이 브로일러의 파쇄기에 들어가려는 타부키에게
팔목에 화상을 입어가며 나(모모카)를 위해 살아가라는 그녀의 말은 희망이자 구원이었습니다.

모모카를 잃은 슬픔에 사로잡혀 복수에 사로잡힌 괴물이 된 타부키는 히마리가 타고 있는 바구니의 마지막 와이어를 터트리고
칸바가 왼팔로 와이어를 붙잡는 인간 밧줄이 되지만 엄청난 피를 흘리며 서로의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
가족들의 고통과 죄를 짊어지기로 한 히마리는 너(히마리)를 위해 태어난 칸바의 간절한 마음이 매정하게 추락하듯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고 칸바에게 자신을 위해 살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바치지만
자신의 인생의 목적 앞에 매정하고 이기적인 어머니와 모습을 겹친 타부키는
바구니가 추락하기 직전 히마리를 구하고 링고를 풀어주며 무대에서 내려옵니다.

결투 끝에 노트를 지켜냈지만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거짓말을 한 타부키와의 가짜 가족의 관계를 깨버리는 토키카고 유리
마지막 장미 한 잎까지 휘날리며 결투를 치렀지만 더 이상 칸바를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다짐을 하는 나츠메 마사코
그리고 가혹한 운명에 고통받는 자신들의 가족들을 보며 슬픔에 잠긴 타카쿠라 쇼마에게
살포시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나(링고)를 위해 살아달라[각주:3]는 오기노메 링고의 말은 또 다른 운명과 사랑이 됩니다.




각 분야별[각주:4]로 밸런스 잡힌 채 앞뒤 사정을 모르는 사람도 알기 쉬운 상황극의 높은 완성도로
돌아가는 펭귄드럼에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연출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거장 애니메이터 야마우치 시게야스[각주:5]가 연출을 담당한 에피소드로 절묘한 소품 연출과 시점 전환, 시청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카메라 워크까지
야마우치의 주특기인 액션뿐만 아니라 연극을 연상케하는 소품 연출에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합니다.

이번 편의 주 무대가 되는 공사현장 옥상은 아예 현시점의 무대를 몇 안 되는 조명 아래 한 곳으로 좁히며
가해자의 가족인 타카쿠라 오누이와 피해자의 관계자인 타부키를 배우로 세우고 링고를 관객석에 앉힙니다.

타부키는 희망을 잃고 복수귀로 전락하며 일방적으로 위기를 몰아세우는 타락한 마왕 역할을 맡고
완벽한 증거에 시치미를 떼고 KIGA의 마크가 섞인 피를 흘리며 거짓된 용사를 자처하는 칸바와
무력한 자신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남자에게 자유를 찾으라며 몸을 던지는 붉은 실의 공주 히마리
그리고 잔혹한 운명에 내몰리며 슬퍼하는 백마 없는 왕자 쇼마와 철창에 갇혀 무대를 지켜보다 마왕의 변심을 끝내 이끌어내며
어떠한 괴로움과 슬픔이 닥치더라도 앞으로의 의미가 있다며 운명의 사람을 자처하는 링고까지
단편으로 봐도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도를 그려내며 무대 효과를 알차게 활용해냈습니다.

타부키 케이주라는 캐릭터의 동기를 알려주는 과거 파트의 경우 유일한 애정 대상에게서 더 이상 사랑받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의지로 세상 속에서 투명해지기 위해 어린이 브로일러로 향하게 됩니다.
알고 보면 타부키는 신체 학대는 없었지만 잘못된 교육 방침으로 재능을 둘러싼 애정결핍에
어머니의 잘못된 교육으로 가스라이팅[각주:6] 정서학대를 당했고 이를 대신할 모모카마저 사라지자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향한 순수하고 무거운 사랑에 어른이 되어서도 고통받는 아동학대 피해자입니다.

9화에서 잠깐 언급되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어린이 브로일러의 모습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자료를 갈가리 찢어버리는 분쇄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데 사용 용도를 생각하면 적절한 소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필요 없는 존재로 간주하며 몸을 던지는 행위로 투명한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어린이 브로일러의 모습은 영국의 락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뮤직비디오를 오마쥬 하는데
앞뒤로 꽉 막힌 각박하고 형식적인 세상에서 자신의 특별함을 갈망하는 노래로 가수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로서 있고자 하는 모모카의 헌신적인 존재는 더욱더 특별해집니다.
사랑받기 위한 재능이 아닌 그저 살아가기 위한 인연으로서 타부키를 좋아하게 된 모모카의 모습은
링고가 어설프게 따라 하려 했던 일기 속 종이인형 극장의 개구리 마녀가 아닌
애정을 갈구하며 꿈의 새장에 갇힌 검은 새를 풀어주고 자유로운 하얀 새로 바꾼 모모카는 타부키의 운명의 사람이 됩니다.
타부키의 과거 파트의 경우 하늘아래 깔린 초원과 파쇄 공장을 오고 가는 심리상태를 묘사하는데
현실에서 벌어지는 무대가 건설중인 어두운 한밤 중의 옥상으로 이어지는 절묘한 아이러니함을 끌어냅니다.

하지만 테러 사건 이후로 타부키는 6화의 검은 새장 장면처럼 또다시 진심 어린 애정을 갈구하는 검은 새가 되었고
죄 깊은 아이들인 칸바에게 진실을 추궁하며 직접적인 관계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제자를 몰아세웁니다.
전편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꿨거나 복수를 개인적으로 집행한 이유는 역시 현장을 직접 촬영한 필름 사진이 결정적인데
사진기는 사네토시가 들고 있지만 사상적 매개체를 대변하는 캐릭터 포지션을 생각하면 아닐 테고 진짜 제보자는 차후에 나오겠죠.

그리고 히마리는 죄인의 증거인 KIGA의 붉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칸바의 희생에 모든 것을 눈치챈 듯
더 이상 형제들이 고통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선택을 합니다.
어두운 공사장의 밑바닥과 어린이 브로일러의 차디찬 배경이 대비되는 무대에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는 운명의 본질을 가해자이자 제삼자의 시점에서 지켜보며
스스로 투명해져 세상에 버림받으려다 맛보게 된 구원에 목마른 예전의 자신과 겹치며 타부키는 그제야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후회합니다.

그 후 타부키와 유리의 엇갈린 진심과 더 이상 계획이 아닌 결심을 하는 마사코의 무대 뒤 사정을 뒤로하고
모든 사건이 끝난 뒤 항상 온몸을 던지며 누군가의 방패를 자처했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했고
가족이라는 죄악에 무력한 자신의 운명에 비탄에 빠진 쇼마를 위해
링고는 관객석에서 박차고 나와 자신의 진심된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에필로그로 막을 내립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장문의 감상 정리 포스팅을 작성할 정도로 인상 깊은 에피소드입니다.
제가 이번화를 처음 봤을 때도 시선을 자연스레 유도하며 감정을 전달하는 뛰어난 완성도에 전율했는데
특히 극적인 위기상황을 소화해낸 주연 성우분들의 열연까지 더욱 두드러지니
역시 거장의 노련함을 담아낸 연출이 그려내는 좋은 이야기는 몇 번을 봐도 감동적이더군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정확히는 다다음 편) 이를 뛰어넘는 개인적인 최고의 에피소드가 운명처럼 등장하게 됩니다.




Pink Floyd -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MV(한국어 CC)



  1.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니트로글리세린을 점토로 만들어 다양하게 사용된 야전 폭탄. [본문으로]
  2. 요리하는 불을 위에 설치하고 주로 고기를 굽는데 쓰는 조리기구. [본문으로]
  3. 소설판의 대사는 "그러니깐... 울지 마." [본문으로]
  4. 스토리(몰입도)/작화(연출)/캐릭터(연기)/종합 평가. [본문으로]
  5. 감독 대표작: 드래곤볼 극장판 8탄&9탄, 돌아온 영웅 홍길동, 파워 디지몬 첫 번째 극장판, 꼬마 마법사 레미 ♯(시즌 2), 꽃보다 남자 애니메이션 시리즈, 네가 없는 마을 등 다수. [본문으로]
  6. 상대방을 향한 간섭을 반복적인 상황적 연출로 자주성(自主性)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언행. 반복행위를 통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심리적 폭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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