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dang's Workstation

돌아가는 펭귄드럼 20화 - 선택해 줘서 고마워 본문

애니메이션/Penguindrum

돌아가는 펭귄드럼 20화 - 선택해 줘서 고마워

홍당 2022. 5. 2. 22:20
728x90
반응형

 

줄거리:
가족을 지키는 오누이의 모습에 마사코는 거짓된 타카쿠라 일가를 인정하지 않으며 물러났지만
오손도손 즐거운 시간이었어야 할 아침식사 시간도 어색해지며 오누이들의 가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고
히마리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과거를 어렴풋이나마 떠올리게 됩니다.

잔혹한 현실을 강요하는 세상에 맞서기 위한 생존전략을 모토로 창설된 '펭귄 그룹'
이후 KIGA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조직은 10년 전(테러 6주기)에도 은둔하며 세력을 보전하고 있었습니다.
나츠메 재벌 가문의 아이들인 마사코와 마리오, 나츠메 칸바도 KIGA의 아지트에서 지냈지만
타카쿠라 켄잔의 유일한 친자식인 쇼마는 혼자 놀던 중 같은 또래의 소녀인 히마리를 만납니다.

부모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혼자 지내던 히마리는 버려진 아기 고양이 산(SUN)짱을 돌보며
마치 가족처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속에서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했고
선택받지 못한 자의 말로를 본 히마리도 어린이 브로일러에서 투명한 존재가 되려 하지만
쇼마는 투명한 폭풍에 맞서 온몸을 던져 히마리를 구해내며 운명의 과실을 나누게 됩니다.

거짓된 오누이 관계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자신의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를 죄악으로 여기는 타카쿠라 쇼마
나츠메의 성을 버리고 타카쿠라 부부의 대를 이어 생존 전략을 계획하는 타카쿠라 칸바
그리고 운명의 과실을 받은 타카쿠라 히마리는 사과 카레를 준비하며 가족들의 저녁식사를 준비합니다.





작품의 큰 핵심과 중요한 비밀들이 풀리면서 결말을 향한 시동을 거는 단계이자
뛰어난 미장센 사용과 복선 회수, 금기를 어기는 아담과 이브 서사를 극적으로 응용한 것처럼
돌아가는 펭귄드럼을 넘어 저의 미디어 매체 감상 경험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지난 18화가 단편적으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면 이번 편은 시리즈의 핵심을 절묘하게 풀면서 쐐기를 꽃아 넣습니다.

수많은 비밀들이 밝혀진 만큼 현재 시점에서 밝혀진 설정과 개념을 정리해보자면
투명한 존재로 만드는 어린이 브로일러는 별도의 조직이 만든 기관이 아닌 비유적 의미로
선택받지 못한다를 죽음으로 받아들였던 타부키의 경우를 대입해보면
어떠한 희망도 목적이나 의미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현실의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독사의 대상이 독거노인들 뿐만이 아닌 젊은 세대들에게도 벌어지는 만큼 방영한 지 11년이 되는 지금에도 와닿는 비유적 설정입니다.
그렇기만 누군가에게 선택받아 사랑받고 싶지만 정작 낮선이에게 사랑받기엔 겁나는
운명 같은 애정에 대한 딜레마를 사네토시와 히마리의 대담을 통해 서로 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장면도 등장하죠.

어린이 브로일러의 설정과 역할은 냉랭하고 고독한 얼음의 세계 같은 현실 속에서
고독함에 사랑도 행복도 얻지 못하자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신의 의지로 분쇄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며 외로움에 처절한 고통을 받는 현대 시대의 청춘들이
정해진 방침대로 교육받다 타인의 사랑을 선택받지 못하고 고독하게 사라지는 저주받은 운명의 삶을 강요받는 듯한 처절한 상황을 비유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브로일러의 또 다른 상징이자 히마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 환풍기는
바람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가짜 키워드와 연관되는데
1화에서 상반된 분위기로 오마쥬 된 아침 식사 씬에서 등장한 아이템이 환풍기임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소품이었던 셈입니다.

본편에서 강조되는 KIGA의 조직원들이 은거하는 백색 아파트의 무대는
새하얀 얼음의 세계 속 서로를 끌어안으며 처절하게 살아남으려는 펭귄 무리들을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창설자 타카쿠라 켄잔의 남극 사진으로 펭귄과의 연관성을 암시하거나 나츠메 일가의 연관성으로
작중 인물들의 비밀이나 관계를 해소할 단서나 대사들이 해방됩니다.
켄잔의 사상은 불합리함에 고착화된 시스템을 향한 세상에 대한 해법으로 과격한 수단을 강조하는데
결국 개인적인 화풀이일 뿐,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휘말리고 다치는 비극의 무차별 범죄의 사례들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 와중에 마사코 또한 오빠를 향한 존칭을 칸바에게 붙이면서 진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사방이 막히고 영사기 모터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KIGA의 교육 발표(라는 이름의 세뇌) 현장에서 혼자 떨어져
운명의 사과를 들고 천진난만하게 노는 쇼마는 외톨이 소녀 히마리와 만나게 됩니다.
히마리는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부모)를 줄곧 기다리지만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하는데
고아가 되어버린 이유는 본 작품에서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라면 KIGA의 테러로 인한 희생으로 고아가 되었다고 정할 수 있겠지만
여러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는 만큼 이것만큼은 개개인의 생각에 맡겨 둔 영역입니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히마리는 말 그대로 고독함에 메마른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창세기 속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이야기를 모티브로 그려내는 운명의 사람에 대한 히마리의 이야기는
금기를 어기고 같이 죄를 짊어지며 살아가는 서사를 토대로 이야기의 주제를 은유합니다.
얼음의 세계 속 규칙이자 신의 금기를 어기고 아기 고양이를 키우게 된 두 남녀는
자신들의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머플러(목도리)를 함께 두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신의 분노를 사게 되고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과의 억울한 이별을 겪은 부부들의 말로처럼 자신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더 이상 살아가야할 자신감을 잃어버린 히마리는 부모님을 기다릴 마음의  기력조차 바닥나버렸고
결국 서로 다른 남남의 사람이었기에 사랑받고 사랑받지 않기 위해 어린이 브로일러로 향하지만
쇼마와 산과 함께했던 추억이라는 보물을 안고 애절한 보컬을 더한 피아노 OST와 함께 어린이 브로일러로 향합니다.
생명의 죽음이 아닌 존재가 투명해지는 지옥의 유리파편을 뚫고 쇼마는 타카쿠라의 가족이 되는 운명의 과실을 나누면서
고독한 소녀 고아가 아닌 부모에게 투정 부리거나 즐거운 여행도 다니고 형제들에게 사랑받으면서
타카쿠라의 성씨를 이어받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여동생으로 있게 됩니다.
설령 테러리스트의 자식이라는 벌을 받더라도 히마리에게 있어 가족이란 자신이 투명해져선 안 되는 마지막 생명줄인 셈이죠.
어찌 보면 히마리가 걸린 병이란 신체적 이상이 아닌 불안정한 관계가 무너져 잊히게 되는 존재적 위기를 암시합니다.

그리고 에필로그 파트에서 제각각의 모습을 보여준 오누이를 통해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하는데
켄잔은 성스러운 불의 의지를 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히마리를 구한다는 칸바의 대화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불길한 어색함이 감돌고
운명의 사람으로 남게 된 쇼마는 자기희생적 성격의 근본적 원인이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밝혀지며
결국 자신의 혈연을 용서할 수 없는 자학적인 행동 패턴으로 변질된 테러리즘의 피해자입니다.
쇼마라는 운명의 사람에게 구원받았던 또 다른 여자아이인 링고는 일기의 원래 소유자였으니 앞으로의 역할도 중요해지겠죠.
그리고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며 화목한 가정의 시간을 바라는 히마리의 생존전략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세 오누이의 운명은 어느 역으로 향하게 될까요?

 

 

 

 

p.s
사흘 동안 예전 펭귄드럼 포스팅을 약간의 수정 방식을 거친 백업 형식으로 쉴 새 없이 작업했는데
11년 만에 다시 접하는 옛 포스팅을 아예 처음부터 갈아엎는 수준으로 리뷰를 다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미 완결이 난 작품이라지만 각 에피소드별 진행도를 신경 쓰면서 포스팅을 쓰자니
최근 주말에도 일을 나오는 상황인지라 몸도 피곤한데 정말 힘들군요. OTL
앞으로는 매주 월요일마다 두 편씩 올리면서 펭귄드럼 연속 기획도 마무리를 준비해야겠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