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쇼마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그의 곁을 함께하기로 한 링고, 사네토시와 친해진 히마리와 그 사이를 질투하는 칸바. 그리고 나츠메 재벌의 사장, 나츠메 마사코는 세계적인 국제 기업의 유명 CEO지만 한편으로 히마리의 동태를 감시하면서 핑드럼에 관한 정보를 캐내는 생존전략의 사냥꾼입니다.
어렸을 적 자신의 할아버지인 나츠메 사헤이는 죽음조차 거부하는 강인함에 되려 짓눌려버릴 정도의 인물로 남동생 나츠메 마리오의 장난감과 의절한 아버지의 편지를 불태울 정도로 가족간의 정보다 약육강식을 비정상적으로 신봉하는 매정한 남자였지만 자신이 즉흥으로 손질한 복어를 함부로 먹다 독에 중독되어 사망하게 되며 마사코가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할아버지의 허무한 죽음으로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마사코지만 어렸을 적 저주를 같이 짊어지겠다는 맹세를 했던 칸바가 어두운 지옥철에서 세계를 되찾으려는 금단의 선을 넘으려는 광경에 애처롭게 절규합니다. 그리고 사네토시와 같은 곳에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음 계획을 준비합니다.
리액션이 인상적인 나츠메 재벌그룹 관계자의 다양한 모습도 재미있었지만 나츠메의 배경이 밝혀지며 펼쳐지는 수수께끼의 진상과 새로운 단서들로 스무고개도 절반을 넘깁니다. 진상을 파헤칠수록 다른 집안 못지않은 막장 집안사정과 이번에 밝혀지는 수많은 정보들로 처음 보는 시청자들이 혼란을 겪으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까다로운 에피소드로 보고 있습니다.
제목이나 주요 인물들을 보면 흡사 마초히즘[각주:1]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 처럼 보여도 실상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처럼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은 미지의 존재감에 대한 개념을 심도있게 풀어갑니다. 참고로 본편에서 자주 언급된 남자캐릭터들은 [사헤이/나츠메 父/칸바/마리오/사네토시]입니다.
전 사장이자 할아버지(祖父)인 나츠메 사헤이의 가부장제 꼰대다운 행동거지와 이로 인해 갈라선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면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이 극단적으로 벌어진 경우로 가족을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고 자식들에게 말하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하면서 마사코를 둘러 싼 아버지들이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존재들이 되지 않기 위해 할아버지처럼 강인한 존재로서의 입지를 지키고 있고 마음 속 한켠에는 아버지의 존재를 새삼 그리워하는 평범한 딸로서의 바램도 소소하게 품고 있죠.
그 동안 도도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와는 달리 마사코가 주인공인 이번 에피소드는 냉철한 것 같아도 부끄럼을 잘 타는 비서 렌자쿠가 가녀린 마음을 가려왔던 이면 처럼 가짜 일기를 잘못 던져 커튼을 태우거나 복어 큰 접시 두 그릇을 한번에 먹어치우는 귀여운 덜렁이의 모습도 나왔지만 무엇보다 칸바가 지옥철에서 일선을 넘으려는 듯한 장면에서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무너지는 장면은 마치 일선을 넘으려는 오빠에게 가정으로 돌아오라며 애걸복걸하는 현실의 가족들처럼 저택 아래 KIGA 마크의 유니폼을 입은 어릴 적 칸바와 대화를 통해 평범한 관계가 아님을 암시합니다.
설정면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이라면 단연 사헤이에 빙의된 듯 한 마리오의 행동인데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핑드럼에 지배당했다는 의미의 작중 설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로 펭귄 모자에 지배를 당했다면 눈동자가 분홍색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본래 눈인 파란색으로 나왔고 마리오가 가족들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 보며 배우게 된 가치관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봅니다. 자신의 삶에서 이미 없는 존재인 언니가 아닌 행복을 맞추는 퍼즐조각같은 미지의 존재로 인식했던 링고처럼 자식들은 좋든 싫든 부모들이 겪는 행동과 습관들을 보고 배우는 만큼 마사코도 그토록 싫어하는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비춰지는 거울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특히 이번편에서 가장 중요하게 그려진 어두운 지하철=지옥철의 연출을 살펴보면 인물들간의 깊은 비밀이 엮여있는 무대로 사용된 지옥철의 배경에서 등장한 인물은 펭귄 모자를 쓴 마리오/타카쿠라 칸바/나츠메 마사코/그리고 사네토시인데 마사코가 사용하는 붉은 탄환으로 확인사살하며 그녀 또한 켄잔의 테러조직과 어떤 형태로든 엮여있는 관계자임을 암시합니다. 결정타로 나츠메 일가에 큰 존재감을 남긴 죽지 않는 남자 사헤이가 아침마다 항상 운동하던 검도 자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사네토시가 떡하니 마사코의 창문을 지켜보는 장면은 그의 포지션이나 제목의 의미를 대놓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요 인물들의 페르소나 역할을 맡는 마스코트 펭귄을 데리며 사네토시같은 미지의 인물과 접점을 가진 마사코의 과거와 연관성이 대량으로 풀리며 모든것을 가진 그녀 또한 아무것도 되지 못할 운명의 아이들임을 암시합니다. 그녀의 곁을 맴도는 죽지 않는 남자들의 운명같은 저주로 원하는 것을 무조건 쟁취하던 그녀의 완벽한 사냥 전략도 서서히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스페인어 마치스모(maˈtʃizmo)의 뜻인 지나친 남자다움의 명사를 따온 단어. 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여성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주의로 극단적 여성주의같은 성차별주의를 비꼬기 위해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