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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사이비 [The Fake, 2013]

홍당 2021. 11. 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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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영화 인디시장은 흥행에 대한 소재의 부담이 없다는 점을 활용해

사회비판이나 특이한 방식의 다큐멘터리 등 외국 못지않게 작가주의가 짙게 드러납니다.

이는 소재의 자유도가 높은 점이 매력이자 흥행에 문제가 되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죠.

 

더 이상 아마추어라 부르기엔 2006년의 작품 '지옥'을 시작으로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선 유명한 연상호 감독의 경우

폭력을 중심으로 한 거침없는 인간군상들을 풀어가는 거침없는 전개를 펼쳐가기로 유명합니다.

학교폭력이라는 학창 시절의 상처가 어른이 된 아이들을 혼돈으로 몰아넣는 '돼지의 왕'이나

군대라는 폐쇄적 사회환경에서 침묵과 눈치로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강요받는 '창'

그리고 믿음이라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질을 꿰어낸 '사이비'까지

연상호 감독이 말하는 사회의 모습은 다소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친 독기를 담아내며 이야기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본 영화에서는 쿠키영상이 없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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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도 서술했지만 연상호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은 곧 인간의 본질=군상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항상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한 자신의 신뢰관계로서 맞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긴장감의 연속을 그려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하는 전개를 맞이하며

마지막에는 관객들에게 되묻는 듯한 결말 시퀀스는 자신과 모두가 만들어낸 '불편한 사회'의 본질들에 대해 고요하게 드러냅니다.

 

때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전개들을 보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막장 드라마스러운 반발도 있지만

동정이나 공감이 힘들지만 폭발적으로 부딪치며 변화해가는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론을 보여주며 하드한 시각의 롤러코스터를 펼칩니다.

연상호 감독이 가지고 있는 독기는 바로 이러한 폭력으로 점칠된 사회를 비뚤어진 인간미로서 그려내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현실의 일상 사회 고발 솔루션이나 뉴스 방송 프로그램만 봐도 학대와 폭행이 가득한

막장 가정이 한둘이 아닌 만큼 개인적으론 무리 없이 이입이 잘 되더군요.

 

일본의 오시미 슈조 만화 원작의 TV 애니메이션 '악의 꽃'에 그려진 로토스코핑이 연출한

실사에 가까운 이목구비와 신체 비례는 현실의 드라마에서 그려질 수 없는

애니메이션만의 격정적인 표정 묘사나 연출기법들을 무리 없이 잔혹하게 그려냅니다.

악의 꽃 또한 이야기의 본질이 가지는 '방황'이라는 주제를 불편한 느낌을 담아 작품을 정리합니다.

성인으로서 받아 들 여지에 불편한 소재를 더욱 지독하게 밀어붙여가는 제작진들의 고집 또한 알만합니다.

 

수몰 위기에 놓인 시골마을에 자리한 사이비 종교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위선의 가면으로 믿음을 팔고 있는 주제에 믿음이 확고하지 않은 절대 악 포지션의 범죄자 최경석

순박해 보이지만 자신을 만든 믿음의 진실을 대면하며 변질되어가는 목사 성철우

노름질과 술주정에 의지하며 나 자신만을 제외한 가족까지 모든 것을 거짓으로 보는 격정적인 김민철

이 세명의 캐릭터를 통해 믿음들이 도달하는 진정한 본질이 밝혀지기까지

이야기의 궤도가 맞춰질수록 지독한 독기가 가득한 클라이맥스로 향합니다.

 

영화 사이비가 가지는 성격을 정리한다면 '피카레스크'(악인의 주인공이 절대악을 벌하는 플롯)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가정을 향한 폭력과 금품갈취의 막장 가정을 만들면서 자신만을 믿었던 김민철은

마을을 둘러싼 사이비 종교의 행각에 타인을 위하는 것도 아닌 자신을 건드렸던 최경석을 향한

복수심만을 불태우며 최 일당에게 접근하지만 폭력가장과 주정뱅이의 이미지는 사실이자 본질이기에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선과 악이라는 이미지가 가지는 상징성의 가치를 지닌 믿음(맹신)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이죠.

 

그렇게 김민철만의 고독한 싸움이 만들어낸 종착점은 결국 민철 또한 사이비 종교에 의지하며

믿음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주민들처럼

김민철 또한 자신만의 믿음(사회)을 통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짐승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불우한 가정을 만들어낸 악질의 주인공이 사이비 종교라는 극악을 향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욕망을 앞세우며

최후에는 김민철의 믿음이 만들어낸 칼날이 향하는 이야기의 결말까지 피카레스크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죠.

특히 다른 조연들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믿음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회란 '무리들끼리 만들어 지어낸 집단'이라는 사전적인 뜻을 가집니다.

연상호 감독이 말하는 '사회고발 시리즈'란 단순히 정치적이거나 비방적인 단순한 의미가 결코 아닌

순수하게 사람들끼리 뭉쳐나간 사회를 향한 불편한 모습을 고발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믿음이라는 모순된 본질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불편하면서 애매모호한 영역의 주제를 다루기에 깊게 파고들수록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오는 구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라면

그 불편한 소재를 대담하고 과감하게 끌어나가는 전개 능력을 통한 드라마의 구성에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연상호 감독과 스튜디오 다다쇼 제작진들의 대담한 도전에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p.s

본 포스팅은 이전 블로그에서 2013/11/23에 작성한 영화 리뷰 포스팅입니다.
원문과는 일부 내용의 추가 및 수정이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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