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펭귄드럼 9화 - 얼음의 세계

줄거리:

오누이가 함께 놀러 가던 수족관에서 펭귄 3호의 뒤를 쫓던 히마리는

중앙도서관 하늘의 구멍 지점(하늘의 도서관)에 도착한 그녀는 사서를 맡고 있다는 와타세 사네토시와 만나게 되고

히마리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깊고 깊은 책장들을 지나며 기억의 책들을 꺼냅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친구인 히바리와 히카리와 함께 아이돌 오디션을 준비하던 히마리는

서로 깔맞춤을 준비하던 리본을 약속하지만 원하는 물건을 구하지 못한 어머니에게 투정 부리다 벌어진 사고에

꿈도 잃어버리고 죄책감만 남게 된 히마리를 위해 힘써주는 친구들의 우정에 감동합니다.

하지만 학교에 마지막으로 등하교한 날 이후로 세 사람이 함께하고자 약속한 꿈은 아이러니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닿지못할 꿈, 갈가리 찢겨나간 유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흐르는 구름 속의 일상에서

히마리는 자신만의 생존 전략 찾기 위한 외침과 함께 꿈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오는데...

 

 

 

 

 

이야기의 초점이 타카쿠라 형제와 링고에게 맞춰져 있는 사이 어느새 잊힐 뻔한

형제의 버팀목인 타카쿠라 히마리에 대한 캐릭터가 무엇인지 풀어가는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작중 시간대를 보면 0화에 가까운 셈으로 두 왕자가 지키고 있는 마빡 머리 공주의 미련과 사정을 보여줍니다.

 

하늘에 도서관이라는 히마리가 외면하고 지냈던 기억의 보관소에서 등장하는

밝은 핑크색의 장발머리와 오르골 OST가 깔리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와타세 사네토시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합니다.

 

그가 등장하는 도서관의 기묘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평면적인 각도와

단색으로 이뤄진 낭독극을 통해 일대일의 대화를 성립하는데

9화의 경우 베테랑 애니메이터 타케우치 노부유키의 탁월한 미장센 연출 감각이

한껏 담긴 에피소드인 만큼 미술 디자인만큼은 지금 봐도 세련미를 느낄 수 있더랍니다.

 

그가 낭독하는 히마리의 과거사를 보면 부모에 대한 특별한 기억과 중요한 순간에 이번에도 등장하는 유리조각이나

불사를 소재로 한 일본의 설화를 떠올려 잉어의 피를 얻는다는 맨발의 겐의 에피소드가 언급되는 등

자신에게 냉랭하고 차가운 운명만이 가득한 지독한 현실이라는 히마리의 비하적 시점을 보여줍니다.

투정으로 인한 사고로 벌어진 어머니의 상처는 매번 마주치게 될 죄악감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1쿨 엔딩곡에서 트리플 H가 아닌 극 중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는 더블 H로서 자신을 제외한 채 꿈을 이룬 친구들의 모습으로서

외면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히마리의 미련이자 죄책감으로 자신을 죄 깊은 아이로 자책합니다.

타카쿠라 히마리에게 있어 이 세상은 무언가 이루고자 하기엔 대가가 너무나도 가혹한 '얼음의 세계'인 셈입니다.

 

참고로 수정판에서 사네토시의 입술을 막을 때부터 히마리의 눈동자가 흰자로 돌아오는데

핑크 눈동자와 핑크색 흰자로 변한 크리스탈의 공주의 상태일 때는 다른 모습인데

드레스를 입은 히마리의 모습 또한 공주로서가 아닌 누군가의 운명 같은 존재임을 암시하는 연출로 봅니다.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행복에 미련을 품었지만 분명 펭귄 모자를 사준 장본인은 쇼마일 텐데

중간중간에 교묘하게 숨겨놓은 펭귄 픽토그램의 무대에서 등장한 사네토시가 전하는 펭귄 모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렇다면 어린이 브로일러라는 미지의 장소에서 운명의 과실을 나누어준 운명의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전과는 달리 크리스탈의 공주가 보여주는 일루전과 같은 기묘하고도 화사한 채색이 돋보이는 배경 속에서

차후 후반부에 과연 어떠한 치명적인 복선으로 작용될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