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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퓨리[Fury, 2014]

홍당 2021. 11. 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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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라는 영화적 소재는 종전 이후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조명되며
오락적인 재미보다 역사 속에 느낄 수 있는 박복함과 시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가는 만큼
단순하고 화끈한 액션이 가득한 오락 장르는 자리 잡았지만 진중하게 그려내기엔 다소 까다로운 사실입니다.
마치 한국 근대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흥행하기 매우 힘든 것처럼 말이죠.

그런 오락성과 전달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가장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경우 분대원들에게 개성을 부여하며 전장의 처절함을 스크린에 담아냈지만
민족의 갈등과 인간성 사이의 주제를 어설프게 다루다 흥행에 실패한 '마이웨이'처럼
미술팀의 재치 있는 기량과 확고한 메시지 전달을 시험받는 것이 바로 전쟁 영화인 만큼
잠수함 전쟁 영화인 U-571의 각본을 쓴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선택은 독일 서부전선으로 이야기의 무대를 잡습니다.

참고로 본 영화에서는 쿠키영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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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캐릭터 중 한 명인 신참 행정병 출신의 노먼 이병이 막 전투를 마치고 전우를 잃은 슬픔에 잠긴
퓨리 소대에 배치되면서 맛 본 인상은 무자비와 폭력에 휩싸인 소대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여자아이 노인들을 긁어모은 시민들(국민 돌격대)을 전장으로 몰아내는 나치 SS와의 싸움으로
사회적 약자들까지 전장에 내세우는 SS의 잔혹함을 노먼이라는 캐릭터에
관객들을 이입시키면서 싸울수록 서로가 지쳐가는 당시의 상황을 철저하게 표현합니다.


게다가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개념에 익숙지 않았던 노먼에게 돈 컬리어 하사를 비롯한
전우들의 냉혹한 대접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바싹 마른 공기로 만들어가지만
아프리카 상륙 전투를 시작으로 다져진 팀워크가 전쟁 막바지에서 전우를 잃고
부대원들이 심리적인 혼란에 빠졌을 때 노먼의 변화를 시작으로
나치 독일의 티거 전차와 맞서면서 삭막하게 대한 부대원들도 점차 마음을 열어갑니다.

여기서 이 영화가 작품성과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특징을 엿볼 수 있는데
바로 2차 대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 노먼이라는 캐릭터를 통한 이입을
그리고 어느 정도 2차 대전의 당시 지식을 알고 있거나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돈 컬리어(워 대디) 하사라는 캐릭터로
두 주연에게 유경험자와 무경험자의 시선을 나누면서 이야기의 분위기에 녹아들도록 유도합니다.
덕분에 웰메이드 전쟁 영화가 진중하게 알려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보네요.

그렇다고 오락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어느 영화나 쉽지 않은 고된 작업입니다.
실제 보존된 티거 전차를 스크린에서 접할 수 있는 메리트를 밀덕들에게 어필하거나
브레드 피트라는 유명 배우를 기용하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뿐만이 아닌
각자 단순하면서도 확연한 이미지의 조연들과 두 주연이 겪었던, 혹은 겪게 되는
전쟁의 끝자락이 보여주는 본질 속에서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주연들이 관객들을 유도하기 위한 포지션으로 이야기의 본질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지만
전쟁영화의 양대 흥행요소를 안정적으로 잡는데 다소 불안한 면도 컸습니다.

가령 전쟁영화 역사상 가장 긴장감 돋는(...) 식사 씬의 경우
노먼이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드는 계기를 다지게 되는 사건으로 작용하거나
더 이상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퓨리 소대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이 소모되는 전쟁의 본질을 알차게 표현합니다.

그렇지만 안 그래도 티거와의 전투신을 제외하면 적나라한 폭력 묘사가 가득한 본작의 방향성에
다소 길게 잡힌 식사 파트에 몰입 요소와 다른 괴리감을 느끼게 되거나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클라이맥스 전투씬의 경우 어두운 한밤에서 벌이게 되는 배경인 만큼
시각적인 페널티와 제한된 전장이 합쳐져 기대했던 전투 규모와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등
뚜렷하지만 내실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는 소규모의 무대가 불안요소로 작용되죠.

블록버스터 같은 장르의 개념을 넘어 안정적인 흥행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를 확보하기 위한 할리우드의 움직임 속에서
확고한 기승전결과 적은 비용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빚어낸 영화인 퓨리는
처음으로 영화 스크린에서 접하는 외국 전쟁 영화라는 개인적인 경험에 더욱 의미가 깊었던 만큼
최근의 영화 시장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전쟁영화 장르에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p.s

본 포스팅은 이전 블로그에서 2014/11/27에 작성한 영화 리뷰 포스팅입니다.
원문과는 일부 내용의 추가 및 수정이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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